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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의 기억을 남기며..

ocean119 2025. 2. 1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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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의 기억

 

겨울이 깊어갈수록 나는 종종 어린 시절의 추운 날들을 떠올린다. 유난히도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들던 날,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얗게 퍼지는 입김이 신기해서 일부러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곤 했다. 아침이면 창문에 서린 성에를 손으로 문지르며 밖을 내다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이고, 공기는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어느 날은 학교에서 돌아오던 길에 갑자기 눈보라가 몰아쳤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손을 호호 불며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장갑도 벗지 않은 채 온몸을 난로 가까이 가져가 손을 녹이던 그 순간, 차가움과 따뜻함이 교차하는 느낌이 얼마나 짜릿했는지. 그리고 어머니가 건네주신 따뜻한 코코아 한 잔, 그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아직도 내 입안에 남아 있는 듯하다.

 

겨울밤, 이불 속에서 발을 오므리며 잠들던 기억도 있다. 차가운 이불 속에 들어갈 때의 그 싸늘한 감촉, 그러나 조금만 지나면 몸의 열기로 포근해지는 그 순간이 참 좋았다. 그리고 창밖에서 들려오던 바람 소리, 마치 자연이 전하는 겨울의 노래 같았다.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면, 나는 이불 속에서 더 깊이 파묻혀 잠을 청하곤 했다.

 

이제는 추운 날이 오면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따뜻한 실내를 찾지만, 가끔은 그 시절의 겨울이 그립다.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즐거웠던 순간들,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기억들. 어쩌면 겨울의 진짜 매력은 그 차가움 속에서도 따뜻한 순간을 발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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